금천문화재단(대표이사 서영철) 금천구립도서관은 독산·가산·금나래·시흥도서관 4개에서 지역 특성과 이용자 수요를 반영한 도서관 특화사업을 운영한다.
이번 사업은 각 구립도서관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주민들이 가까운 도서관에서 자기 삶과 지역의 이야기를 문화 콘텐츠로 경험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
이번 특화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도서관마다 서로 다른 지역성과 생활권의 결을 반영했다는 점이다. 금천구립도서관은 각 도서관이 위치한 지역의 특성과 이용자 구성을 바탕으로 독산도서관은 ‘예술’, 가산도서관은 ‘미래·청년’, 금나래도서관은 ‘가족’, 시흥도서관은 ‘역사·전통’을 특화 주제로 설정했다.
이는 단순히 프로그램 명칭을 달리한 것이 아니라, 도서관이 서 있는 지역을 어떻게 읽고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분명히 한 셈이다.
도서관은 오랫동안 ‘책 읽는 곳’으로 이해되어 왔다. 물론, 그 정의는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오늘의 지역 도서관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제 도서관에서 책만 빌리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이웃과 만나고, 지역의 기억을 남기고, 세대와 세대가 함께 배우는 경험을 찾는다. 다시 말해 도서관은 지식을 보관하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지역의 이야기가 쌓이고 주민의 삶이 문화가 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금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금천구립도서관 4곳이 지역 특성을 살린 ‘4색 특화사업’을 본격 운영하는 것도 바로 이런 변화의 흐름 위에 있다. 이것은 도서관을 획일적인 서비스 공간으로 남겨 두지 않고, 각 생활권의 성격과 주민의 요구를 반영한 생활문화 거점으로 다시 설계하려는 시도이다.
이 점이 중요한 이유는 지역 도서관이 같은 구 안에 있어도 생활권도 다르고, 주민의 나이 구성과 관심사, 필요한 문화 경험도 다르다. 어떤 동네는 청년의 진로 고민이 더 절실하고, 어떤 곳은 가족 중심의 생활문화가 두드러지며, 또 어떤 곳은 오랜 정주민의 기억과 지역 자원이 더 깊이 쌓여 있다.
도서관이 이런 차이를 세심하게 읽고 자기만의 얼굴을 갖게 될 때, 비로소 주민은 “가까운 도서관”을 넘어 “나와 우리 동네에 맞는 도서관”을 경험하게 된다.
금천문화재단은 이번 사업을 통해 도서관을 단순한 독서 공간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주민이 배우고 기록하며 관계를 맺는 생활문화 거점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주민이 직접 참여해 결과물을 만들고, 지역의 문화자원을 축적하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도서관별 특화 브랜드를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이 방향은 매우 설득력 있다. 오늘날 공공문화공간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프로그램을 열었느냐보다, 얼마나 주민의 삶과 연결된 경험을 만들었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먼저 독산도서관은 예술 특화도서관으로 운영된다. 문화예술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노년층 이용 비율이 높은 지역 특성을 반영해 어린이, 가족, 어르신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예술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대표 프로그램 ‘예술로 재그르르’는 문화가 있는 날과 연계해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기반 플라워아트 체험과 어린이·가족 대상 영화 상영을 운영한다. 또 다른 프로그램 ‘책으로 재그르르 - 은빛 에세이’는 어르신의 삶을 그림과 글로 기록해 한 권의 자서전으로 만드는 주민 참여형 기록사업이다.
이 프로그램은 특히 인상적이다. 노년의 삶은 종종 사적인 기억으로만 머물거나, 기록되지 않은 채 사라지기 쉽다. 그러나 한 사람의 생애는 곧 지역의 역사이기도 하다. 어르신이 자신의 삶을 글과 그림으로 정리하고 이것을 책으로 출판한다는 것은 문화 체험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한 세대의 시간을 존중하는 일이자, 개인의 기억을 공동체의 자산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8~9월 출판기념회와 작품전시회를 통해 이를 주민과 공유하겠다는 계획도, 기록을 개인의 방 안에 두지 않고 지역사회와 나누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뜻깊다.
가산도서관은 산업단지와 청년 인구가 밀집한 지역 특성을 살려 청년 특화도서관으로 운영한다.
대표 프로그램 ‘벌거벗은 청년사’는 청년들이 자기 삶과 진로를 주체적으로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 참여형 문화 프로그램이다.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청년 창업가를 강연자로 초청해 현장의 경험과 직무 이야기를 나누고, 참여자 간 네트워킹을 통해 지역 청년의 교류와 커뮤니티 형성을 지원한다.
이 프로그램의 의미는 명확하다. 청년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단지 정보가 아니라, 서로의 경험을 듣고 연결할 수 있는 장이다. 산업단지와 도시형 생활권이 맞닿은 가산 지역에서 도서관이 진로와 성장, 네트워킹의 플랫폼 역할을 한다는 것은 매우 현실적인 기획이다.
도서관이 조용히 공부만 하는 곳이라는 오래된 이미지를 넘어, 청년이 자기 삶의 방향을 탐색하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만나는 사회적 공간으로도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금나래도서관은 초등학교와 아파트 단지가 인접한 가족 중심 생활권의 특성을 반영해 가족 특화도서관으로 운영한다. 대표 프로그램 ‘나래 북 팩토리 - 먹는데 진심인 편’은 부모와 자녀뿐 아니라, 1인 가구 등 다양한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도서 출판 프로그램이다.
참여자들은 그림책 작가와 함께 기획, 이야기 구성, 원화 제작에 참여해 가족만의 이야기를 한 권의 작품으로 완성하게 된다.
올해는 음식과 요리를 주제로 한 손그림 에세이집을 출판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가족’의 개념을 넓게 다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더 이상 가족은 획일적인 형태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부모와 자녀, 1인 가구, 다양한 생활 단위가 모두 각자의 서사와 식탁, 기억을 품고 살아간다.
음식과 요리를 주제로 책을 만든다는 설정 역시 매우 생활과 밀착된 발상이다. 가족은 종종 함께 먹는 시간 속에서 기억을 쌓는다. 그 기억이 그림책과 에세이로 남는다면, 도서관은 단순한 교육 공간을 넘어 가족의 시간을 문화적 결과물로 바꾸는 작업장이 될 수 있다.
시흥도서관은 오랜 정주민이 거주하고, 지역 문화자원이 풍부한 특성을 살려 역사·전통 특화도서관으로 운영한다. 대표 프로그램 ‘금천 역사기록단’은 지역 서점과 골목길, 은행나무시장, 호암산성, 호압사 등 금천의 문화자원을 주민의 시선으로 기록하고 아카이빙하는 사업이다.
또 다른 프로그램 ‘나도 작가다’는 주민이 자기 삶과 지역 이야기를 글로 쓰고 출판까지 경험하는 지역 기록 콘텐츠 제작 프로그램이다. 이 기획은 지역 도서관이 왜 중요한지를 가장 잘 보여 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지역의 역사는 거창한 기념물만으로 남지 않는다. 골목길의 풍경, 오래된 시장의 냄새, 주민이 기억하는 가게와 장소, 일상의 언어가 모여 비로소 한 동네의 진짜 얼굴로 완성된다.
시흥도서관이 주민의 시선으로 금천을 기록하고 아카이빙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이런 의미를 지닌다. 이것은 지역의 역사를 전문가의 기록에만 맡기지 않고 주민 스스로가 증언자이자 기록자가 되게 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금천문화재단은 앞으로 도서관별 특화사업을 통해 지역 문화자원을 지속해 축적하고, 주민 중심의 참여형 문화 콘텐츠를 발굴해 도서관별 대표 사업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또 특화 분야와 연계한 전시, 강연, 지역 협력사업 등도 확대할 예정이다.
이는 이번 사업이 일회성 프로그램이 아니라, 각 도서관의 브랜드와 정체성을 장기적으로 구축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서영철 금천문화재단 대표이사는 “금천구립도서관은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 주민의 삶과 지역의 이야기가 모이는 생활문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라며, “도서관별 특화사업을 통해 구민들이 가까운 도서관에서 문화와 인문을 더 깊이 경험하고, 지역 안에서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4색 특화사업의 핵심은 도서관을 ‘생활 가까이 있는 문화 공간’으로 재정의하는 데 있다.
책은 여전히 중심에 있지만, 그 책이 이제는 사람의 삶과 만나고, 지역의 기억과 만나며, 결과물로 다시 지역사회에 환원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것은 도서관이 더 이상 조용한 열람실이라는 이미지에 머물지 않고, 주민의 삶이 기록되고, 관계가 형성되며, 지역의 문화가 축적되는 거점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금천구립도서관 4곳의 이번 특화사업은 단순히 프로그램을 다양화한 사례가 아니다. 그것은 지역의 차이를 읽고, 주민의 삶을 존중하며, 도서관이 가장 가까운 생활문화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는 실험이다. 도서관이 책을 넘어 사람과 지역의 이야기를 품기 시작할 때, 비로소 한 도시의 문화도 더 두터워질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