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는 오래된 식품이지만, 오늘날 그것이 소비자와 만나는 방식은 점점 더 새로워지고 있다. 이제 치즈는 단순히 수입 식재료로 진열되는 상품이 아니라, 그 배경의 문화와 산지의 정체성, 조리 방식과 취향의 차이까지 함께 경험하게 하는 콘텐츠가 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프랑스 국립낙농협의회(CNIEL)가 유럽연합(EU)의 재정 지원을 받아 제주에서 연 ‘2026 치즈 캐라바닝(caravanning)’은 치즈를 맛보는 자리를 넘어, 프랑스 치즈의 정통성과 다양성을 체험형 이벤트의 언어로 풀어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 국립낙농협의회는 5월 16일부터 17일까지 제주 ‘선셋코스트 카라반&캠핑장’에서 이번 행사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 행사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이어지는 유럽·프랑스 치즈 홍보 캠페인 ‘정통 치즈 - 유럽에서 만들어 프랑스에서 완성되다(Authentic Cheeses - Crafted in Europe, Perfected in France)’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프랑스 국립낙농협의회는 이 캠페인이 한국, 중국, 일본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으며, 프랑스산 치즈의 품질과 정통성을 알리기 위해 셰프, 업계 전문인, 언론, 일반 소비자 등을 대상으로 인플루언서 협업, 미디어 협업, 팝업, 백화점 프로모션 등 다양한 온·오프라인 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즉, 이번 제주 행사는 개별 이벤트가 아니라, 3개국을 축으로 이어지는 장기 캠페인의 마지막 해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이번 행사가 제주에서 열렸다는 점은 장소의 상징성을 더한다.
프랑스 국립낙농협의회는 캠페인의 마지막 해를 기념해 제주에서 특별 행사를 열었고, 지난달 캠페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프랑스 치즈에 관심 있는 팔로워를 모집해 최종 선정된 8명의 참가자와 동반 1인이 함께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캐라반과 대정읍 노을해안로의 바다를 배경으로 1박 2일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이 구성을 보면 이번 행사는 대규모 박람회보다 소규모 몰입형 체험에 더 무게를 둔 방식으로 설계됐음을 알 수 있다.
행사는 ‘치즈 캐라바닝(caravanning, 카라반이나 캠핑카로 여행하는 방식)’이라는 콘셉트 아래 치즈 기획자 ‘치즈아재’가 진행을 맡았다. 첫째 날 참가자들은 프랑스 치즈 퀴즈쇼, 제주 화산 지형의 대표 요소인 현무암과 비교해 치즈 무게를 맞히는 게임, 프랑스로 캐라반 여행을 떠나는 콘셉트의 치즈 지도 게임, 팀별 요리 대회 등에 참여했다.
프랑스 국립낙농협의회는 이를 통해 참가자들이 프랑스 치즈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치즈별 매력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프로그램 구성을 보면, 단순 시식보다 ‘놀이와 체험을 통한 학습’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 드러난다. 치즈를 지식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퀴즈와 게임, 요리라는 감각적 경험 속에서 익히게 한 것이다.
프랑스 치즈를 활용한 요리 실연도 이어졌다. 제주 프렌치 비스트로 ‘르부이부이’의 임정만 셰프는 에멘탈과 꽁떼를 활용한 크로크무슈, 까망베르와 푸름당베르를 곁들인 렌틸 샐러드를 선보였고, 참가자들은 각 치즈의 풍미와 조합을 직접 맛보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둘째 날에는 올크팩의 양윤실 셰프가 진행하는 ‘선데이 치즈 브런치’가 이어졌고, 참가자들은 꽁떼, 블루 도베르뉴, 제철 재료를 활용한 실연을 본 뒤 치즈 샌드위치를 직접 만들어 봤다. 이는 프랑스 치즈를 그 자체로 소개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실제 식탁 위 조합과 활용의 맥락 속에서 접근하게 한 구성이다.
이어진 시상식에서는 이틀간 진행된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낸 팀을 대상으로 시상이 이뤄졌고, 프랑스 치즈 세트 등 경품이 제공됐다. 정통 치즈 캠페인 측은 이번 치즈 캐라바닝을 통해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프랑스 치즈의 매력을 알릴 수 있어 기쁘며, 캠페인의 마지막 해를 맞아 이어질 행사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국립낙농협의회는 1973년 프랑스의 생산자와 가공업자들에 의해 설립된 기관으로, 프랑스 낙농업자와 가공업자 사이의 관계를 조정하고 우유와 유제품의 이미지를 홍보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한다.
이런 기관이 EU 지원 아래 한국, 중국, 일본을 대상으로 장기 치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오늘날 식품 산업이 단순한 수출을 넘어 문화적 인지도와 체험형 소비자 접점을 함께 설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치즈 한 조각의 경쟁력은 이제 맛과 품질만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이해시키고 어떤 장면 속에서 기억하게 하느냐와도 연결된다.
치즈는 더 이상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산지의 정체성과 조리 문화, 여행의 경험, 소비자 참여 방식이 함께 결합된 복합적 문화 콘텐츠가 되고 있다. 그래서 이번 행사의 의미는 제주에서 프랑스 치즈를 소개했다는 데만 있지 않다.
프랑스 치즈의 정통성과 다양성을 한국 소비자에게 더 감각적이고 입체적인 방식으로 전달하는 실험이 1박 2일의 체험형 행사안에서 구현됐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