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의 분화구가 화산이 터져 만들어진 것을 알고 놀라웠다.” 제주 오름에 처음 오른 한 초등학생이 남긴 말이다. 교과서 속 ‘화산섬 제주’라는 설명이 발밑의 돌과 흙, 눈앞의 분화구를 만나는 순간 자기 경험으로 바뀐 것이다.
‘숲연구소 꿈지락’이 제주지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녹색자금 지원사업 ‘오른 만큼 크는 아이-붉은 화산, 검은 흙’은 오름 전체를 하나의 살아 있는 생태교실로 활용하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직접 오름을 걸으며 제주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돌 위에 어떻게 흙과 식물이 자리 잡았는지를 몸으로 이해하도록 구성됐다.
아이들의 관심은 분화구와 검은 돌을 관찰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직접 ‘바람’이 돼 돌이 부서지는 풍화 과정을 체험하고, 만들어진 흙에 식물을 심어 보면서 돌에서 흙으로, 다시 식생으로 이어지는 자연의 변화를 배운다.
한 학생은 “내가 바람이 돼 풍화 작용을 하고 흙을 만들어 식물을 심어 보니, 자연이 위대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긴 세월 동안 바람과 비가 화산암을 변화시키고, 그 위에 생명이 자리 잡은 과정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는 놀이와 체험으로 풀어낸 것이다.
오름은 지질과 생태만 배우는 교실도 아니었다. 정상까지 올라가는 과정은 아이들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경험이 됐다.
“친구들과 함께한 첫 오름이었다”, “오름에 처음 올라 보니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라는 소감과 함께 “힘들어도 걷다 보니 정상에 올랐고 아름다운 경관을 보니 행복했다”, “포기하지 않으면 기쁨이 찾아온다”라는 반응도 나왔다.
오름의 높이를 한 걸음씩 올라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연을 이해하는 지식뿐만이 아니라,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도 함께 얻게 된다.
교사들의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참여 교사들은 제주지역 생태를 전문적이면서도 재미있게 배울 수 있었다고 평가했고, 우천 시에도 실내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습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한 점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나타냈다.
사업은 산림청과 한국산림복지진흥원, 복권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지난 4월 시작됐으며, 오는 10월까지 제주도 내 초등학생 1,500명을 대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전문 강사의 체계적인 수업과 실외·실내 연계 프로그램 역시 이 지원을 기반으로 마련됐다.
김난희 숲연구소 꿈지락 대표는 “아이들이 오름을 걸으면서 제주가 화산섬임을 스스로 발견하고 돌 하나와 흙 한 줌에도 긴 시간이 담겨 있다는 것을 느끼기를 바랐다”라며, “이러한 경험이 제주의 숲과 오름을 아끼는 마음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환경교육은 자연에 관한 지식을 얼마나 많이 알려줬는가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아이가 직접 돌을 만지고, 흙을 만들며, 힘든 길을 끝까지 걸어본 경험과 연계되어야 한다.
자연을 지키는 마음 역시 자연을 충분히 경험하고 이해하는 데서 시작될 수 있다. ‘오른 만큼 크는 아이’가 보여주는 것은 숲교육이 지식을 전달하는 수업을 넘어, 자신이 사는 지역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만드는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