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상품의 기준이 ‘어디를 데려가느냐’에서 ‘여행자가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느냐’로 달라지고 있다. 전남관광재단과 한국관광개발연구원이 목포·나주·무안·영광·함평의 숙박과 체험을 여행자가 직접 골라 하나의 여행으로 구성하는 ‘남도노을여행 로컬투어패스’를 선보였다.
개별 관광지를 소개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의 콘텐츠를 실제 예약과 소비로 연결하려는 시도다. 이번 기획전은 ‘2026 남부권 로컬투어랩 소도시 여행권역 육성사업 1권역’의 하나로, AI 기반 글로벌 로컬여행 플랫폼 ‘노는법’과 함께 9월 30일부터 11월 30일까지 운영한다.
가장 큰 특징은 정해진 코스를 구매하는 기존 패키지 방식과 달리 여행자가 자신의 취향과 일정에 맞춰 5개 시군의 상품을 직접 조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목포에서는 마술과 전통 체험, 나주에서는 자연 속 숙박과 체험, 무안에서는 노을을 즐길 수 있는 숙소를 선택할 수 있다. 영광에서는 목공·향수 만들기, 함평에서는 도예·농장 체험 등 지역의 특성을 살린 콘텐츠가 마련됐다.
이용 방식도 선택형이다. 원하는 상품을 살펴본 뒤 로컬투어패스 이용권을 구매하고, 발급받은 이용권으로 상품별 이용 날짜를 예약하면 된다.
여러 상품을 선택할수록 할인도 커진다. 1개 상품은 30% 할인하며, 2개 상품은 추가 10%, 3개 이상은 추가 20% 혜택을 적용해 최대 50%까지 할인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한 지역만 방문하고 떠나는 여행보다 여러 시군을 이동하며 더 오래 머물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번 사업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지역에 존재하던 콘텐츠를 ‘볼거리’에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바꾼다는 데 있다. 좋은 숙소나 체험 프로그램이 있어도 여행자가 이를 발견하고 예약할 수 있는 유통 접점이 없다면 실제 방문과 소비로 이어지기 어렵다.
협업 플랫폼인 ‘노는법’은 농어촌과 지역의 숙박·체험 콘텐츠를 국내외 여행자와 연결해온 온라인 여행 플랫폼이다. 이번 협업은 플랫폼의 판매·유통 기능과 전남 소도시의 관광사업자를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다.
전남관광재단과 한국관광개발연구원은 올해 지역 관광협의체와 함께 숙박·체험·먹거리의 상품화를 추진해왔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어떤 콘텐츠가 실제로 선택되는지, 여행자들이 어떤 상품을 함께 구매하는지도 확인한다.
이 데이터는 이후 지역 간 연계 상품을 만드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특정 숙박과 체험의 조합이 높은 선호를 얻는다면 이를 새로운 체류형 코스로 발전시킬 수 있다. 여행자의 선택 자체가 다음 관광상품을 만드는 자료가 되는 셈이다.
1권역은 올해 ‘남도노을여행-머무르다 물드는 하루’를 브랜드로 내세우고 있다. 유명 장소를 빠르게 돌고 떠나는 방식보다 지역에 천천히 머물며 사람과 공간, 음식과 경험을 깊게 만나는 여행을 지향한다.
지역관광의 경쟁력은 좋은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보유했느냐 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여행자가 그것을 발견하고, 예약하고, 서로 연결해 실제 여행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남도노을여행 로컬투어패스’의 의미는 5개 시군을 하나의 정해진 패키지로 묶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여행자의 선택을 통해 지역과 지역 사이에 새로운 동선을 만드는 데 있다.
한 곳의 방문이 다음 지역으로 이어지고, 당일 여행이 숙박과 체험을 포함한 체류로 바뀔 때 소도시 관광은 비로소 지역의 소비와 사업자의 매출로 연결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