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진흥원(이사장 이규민)이 운영하는 한식도서관이 전문자료를 보존하는 공간을 넘어 한식의 지식과 문화, 체험을 연결하는 복합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식도서관에서 한식을 만나는 방법은 책을 읽는 것에만 머물지 않는다. 어린이는 절기음식을 직접 체험하고, 시민은 한식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지역 주민은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 한식문화공간 ‘이음’에 위치한 한식도서관은 국내 유일의 한식 전문 도서관이다. 한식과 음식문화 관련 전문서적 약 4,000권을 소장하고 있으며, 누구나 별도 절차 없이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
소장 자료의 범위도 넓다. ‘증보산림경제’, ‘음식디미방’ 필사본 등 고조리서를 비롯해 한식진흥원이 발간한 전문자료, 음식문화 연구서적, 어린이 식문화 도서 등을 갖추고 있다.
특히, 학술적 가치가 높은 ‘이조궁중요리통고’ 원고를 소장·아카이빙하며 한식문화 자료의 수집과 보존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기록은 과거를 보관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1층에서 지하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공간에는 한식 관련 도서의 원화가 상시 전시되고, 분기마다 새로운 주제로 북큐레이션과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책에서 얻은 정보를 전시와 체험으로 확장해 한식을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하도록 한 것이다.
도서관과 연결된 복합문화공간 ‘이음홀’은 이러한 성격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 준다. 어린이가 절기별 한식을 직접 경험하는 ‘신통방통 세시음식 만나기’가 월 4회 운영되고, 한식 전문가와 음식·문화에 관한 인문학적 이야기를 나누는 ‘한식콘서트’도 매달 열린다.
종로구와 협력한 ‘종로 동네학교’도 7월부터 10월까지 월 2회 운영하며 도서관의 역할을 지역사회 교육으로 확장하고 있다. 관계기관과 도서 관련 단체에는 내부 심의를 거쳐 이음홀 대관도 지원하고 있다.
한식도서관의 변화는 오늘날 전문도서관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귀중한 자료를 잘 보존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그 자료가 시민의 일상과 연결되지 못한다면 문화적 가치는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기록과 연구자료가 전시·강연·체험으로 이어질 때 도서관은 지식을 살아 있는 문화로 번역하는 공간이 된다.
우규은 한식도서관 사서는 “누구나 편하게 들러 전문 자료를 탐색하고 문화 행사까지 즐길 수 있는 개방형 공간”이라며 “앞으로도 한식의 올바른 가치를 알리고 국민과 소통하는 대표 문화공간으로 역할을 이어가겠다”라고 밝혔다.
한식문화의 전승은 오래된 조리법을 보관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록을 읽고, 음식을 만들고, 이야기를 듣고, 다음 세대가 다시 경험할 때 문화는 이어진다.
한식도서관의 의미도 4,000여 권의 장서 자체보다 그 기록을 오늘의 시민과 연결하는 데 있다. 이것이 바로‘책을 보관하는 도서관’에서 ‘문화를 경험하는 도서관’으로의 변화가 주목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