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보라데이실천운동본부가 주최하고 연제구가족센터가 함께한 ‘보라데이 무한 약속 100만인 서명’ 운동 행사가 11일 부산 연제구가족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아동학대 예방과 피해 아동 지원, 가정폭력 근절을 위해 주변을 세심하게 살피고, 적극적으로 “보라”는 의미를 담은 ‘보라데이’ 캠페인의 취지를 널리 알리며 실천하자는 선포식으로 마련됐다.
아동이 안전하고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자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그 말이 선언에 머무르지 않고, 일상의 관심과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느냐다.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은 늘 멀리 있는 사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까운 곳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주변을 더 주의 깊게 살펴보고, 이상한 신호를 외면하지 않으며, 아이의 권리를 공동체 전체가 함께 지키겠다는 약속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전국보라데이실천운동본부와 연제구가족센터가 개최한 ‘보라데이 무한 약속 100만인 서명’ 운동은 바로 이런 점을 다시 일깨운 자리였다. 아동보호가 특정 전문가나 기관만의 과제가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 청소년과 시민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공동의 약속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보라데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무심히 지나치지 말고, 누군가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 것이며, 학대와 폭력의 징후를 더 적극적으로 살피라는 사회적 요청을 수행하는 일이다.
특히, 아동보호 영역에서는 이 ‘본다’라는 행위가 매우 중요하다.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거나 구조를 요청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변 어른의 관심, 교사의 감각, 이웃의 눈길, 친구의 작은 제보가 아이를 지키는 첫 번째 안전망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보라데이’ 캠페인은 거창한 구호 이전에, 무관심을 깨우는 시민적 태도의 이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날 행사에는 교육·가족 지원 기관 관계자와 학부모, 학생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아동 권리 보호와 폭력 없는 안전한 사회를 위한 연대의 목소리를 모았다.
엄지아 전국보라데이실천운동본부 대표, 김재오 연제구가족센터 센터장을 비롯해 이도선 전국학교운영위원회 본부장, 하태건 세종초등교사협회 회장, 조영광 충북초등교사협회 정책국장, 손외숙·이현주 부산교육발전위원회 이사, 김분경 부산시 자모회 동래지부장, 이지현 부산 연일중학교 학부모회장 등 각계 전문가와 학부모 대표단이 참석해 뜻을 모았다.
이런 참여자들의 구성은 이번 행사의 의미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아동보호를 어느 한 기관의 업무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함께 움직일 때 더 실질적인 보호망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눈에 띈 것은 청소년 세대의 주체적 참여였다. 부산외국어고등학교와 연일중학교 학생들이 행사에 동참했고, 청소년 봉사단체 ‘소나기’의 3기 대표인 부산마이스터고등학교 이진혁 학생도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 그 이유는 아동 인권과 청소년 권리는 어른이 보호해 주는 것만이 아니라, 당사자 세대가 함께 이 문제에 대해 이해하고 그 권리에 대해 발언하며, 감시하고 연대할 때 더욱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청소년이 직접 아동보호 캠페인에 참여한다는 것은 보호와 권리에 대한 의미를 수동적 차원에서 능동적이고 주체적 차원으로 바꾸는 일이기도 하다. 청소년은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또래의 아픔을 가장 가까이에서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학교 안에서, 친구 관계에서, 일상의 사소한 변화 가운데에서, 가장 먼저 주변의 이상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청소년의 참여는 단순한 상징을 넘어, 아동·청소년 인권운동의 실질적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읽힌다.
이번 행사는 가정폭력과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알리고, 아동 인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며, 이에 관한 전국 100만 시민의 약속을 담는 서명을 핵심 목표로 삼았다. 행사장을 채운 참석자들은 서명지에 이름을 적으며 “아이가 먼저인 사회, 폭력 없는 세상을 함께 만들겠다”라는 다짐을 남겼다.
이 서명은 형식적 참여 행위가 아니다. 공적 서명은 자기 생각을 드러내는 동시에, 이후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 약속하는 방식이다. 아동보호는 법과 제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회의 분위기와 공동체 윤리가 함께 움직여야 하는데, 이런 서명운동은 바로 그 사회적 분위기를 넓혀 가는 촉매가 될 수 있다.
행사장에서는 서명운동과 함께 아동보호 인식 개선 교육, 그리고 안전 약속을 담은 모기퇴치 팔찌 만들기 체험도 진행됐다. 이런 구성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이 지나치게 무겁고 경직된 형식에만 머물면 참여의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
반면, 교육과 체험을 함께 결합하면 시민이 더 친숙한 방식으로 메시지에 접근할 수 있고, 아이와 부모, 청소년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진다.
엄지아 전국보라데이실천운동본부 대표는 “아동의 안전은 어느 한 사람, 한 번의 노력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라며, “매월 8일 이어지는 보라데이의 약속이 100만 명을 넘어, 온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 모든 아이가 아동학대를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아동보호는 단발성 행사가 아니라, 항시적 실천이어야 한다. 그래서 한 번의 캠페인보다 매달 이어지는 관심이 더 중요하다.
김재오 연제구가족센터 센터장도 “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를 돌보고 보호하는 체계를 다지는 뜻깊은 계기였다”라며, “앞으로도 매월 보라데이 캠페인 주기에 맞춰 가정과 학교, 시민사회가 촘촘하게 협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아동학대 문제는 위기 발생 후에 대한 대응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지역 안의 서로 연결된 감시와 지원 구조 체계가 더 중요할 수 있다. 가족센터, 학교, 학부모, 시민단체, 청소년이 서로 연결돼 있을 때 아이를 둘러싼 보호망은 훨씬 더 두터워질 수 있다.
청소년 대표로 발언한 이진혁 학생은 “아동 인권은 어른들이 일방적으로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당사자 청소년들도 함께 외치고 실천할 때 더 단단해진다고 생각한다”라며, “앞으로 매월 보라데이가 돌아올 때마다 또래 친구들과 힘을 모아 아동보호 캠페인에 적극 참여하고, 주변 친구들을 살피는 일에도 앞장서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보라데이 무한 약속 100만인 서명’ 운동은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종료 시점 없이 지속해 이어진다.
전국보라데이실천운동본부는 매월 8일 보라데이를 중심으로 전국 각지의 기관과 단체, 시민과의 연대를 넓혀 가며, 보랏빛 변화의 흐름을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이 지속성은 매우 중요하다. 아동보호 캠페인의 성패는 얼마나 크게 한 번 열렸느냐보다, 얼마나 꾸준히 사람들의 일상 안에 스며드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는 아동학대 예방과 아동 인권 보호가 더 이상 특정 제도와 전문가 집단만의 과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더 확인하게 했다. 아이가 안전한 사회는 강력한 법이 존재하는 것은 물론, 주변을 살피는 시선과 이상한 신호에 대한 사람들의 감각도 예민해야 한다. 또한, 이에 대한 약속을 호흡처럼 실천하는 시민정신이 번뜩여야 한다.
‘함께 만들어요, 보랏빛 변화’라는 문장은 그래서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그것은 아이를 지키는 일이 우리 모두의 일상적 실천이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우는 시대적 종소리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