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학교(총장 원종필) 창업지원본부 소속 학생창업액셀러레이터 ‘MOTivation’(학생회장 우채빈, 지도교수 박재민)과 공과대학 학술동아리 ‘부트사차원’(학생회장 김용진, 지도교수 김원준), 창업지원본부(본부장 배성준)는 지난 7월 24일부터 25일까지 교내 신공학관 메이커스페이스에서 무박 2일 일정으로 해커톤을 개최했다.
피지컬 AI 시대의 창업은 아이디어만 좋아서도, 기술만 뛰어나서도 성공하기 어렵다. 실제로 작동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그것이 누구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며 어떤 시장에서 가치를 만들 수 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건국대학교가 진행한 ‘2026 Bootivation: Physical Engineering × Business 해커톤’은 바로 이 틈새를 줄이는 실전형 창업 교육에 초점을 맞췄다. 경영 전공 학생과 공학 전공 학생이 한 팀을 이뤄 사회문제를 정의하고, 밤새 하드웨어 시제품을 제작하며, 이를 비즈니스 모델까지 연결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행사에는 경영계열과 공학계열 학부생 50명이 총 10개 팀으로 참여했다. 각 팀은 기획과 사업모델 설계에 강점을 가진 경영계열 학생 1명과 실제 구현을 담당하는 공학계열 학생 4명으로 구성됐다.
이 구조는 이번 해커톤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대학의 창업 프로젝트가 같은 전공 학생끼리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되면 기술과 시장 가운데 한쪽에 치우치기 쉽다. 반면, 경영과 공학이 처음부터 같은 문제를 놓고 협업하면 “만들 수 있는가”와 “팔릴 수 있는가”라는 두 질문을 동시에 다루게 된다.
피지컬 AI는 특히 이러한 융합이 중요하다. 센서와 기구부, 회로, 소프트웨어와 AI가 실제 물리적 환경에서 작동해야 하는 동시에 비용과 고객, 시장 규모와 사업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제한된 시간 안에 사회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아이디어를 도출한 뒤 실제 하드웨어 시제품과 비즈니스 모델을 동시에 완성했다. 신공학관 메이커스페이스에서는 기구부 제작과 회로 구성, 납땜, 소프트웨어 연동 등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단순한 발표 자료나 디자인 시안이 아니라, 실제 작동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프로토타입(Prototype, 제품이나 서비스의 아이디어와 핵심 기능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완성품에 앞서 제작하는 초기 시험 모델) 제작에 도전했다.
이 과정은 창업 교육의 수준을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한 단계 더 끌어올린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제 제작 단계에서는 부품 간 간섭이나 전원 문제, 센서 오류, 비용 상승 같은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프로토타입은 아이디어를 증명하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아이디어의 약점을 발견하는 장치다.
이번 대회는 건국대학교 매치업융합인재양성사업단 3D프린팅운영센터와도 연계됐다. 희망 참가자에게 FDM(Fused Deposition Modeling, 녹인 플라스틱을 층층이 쌓는 용융 적층) 방식 3D 프린터 사용법을 교육하고 필라멘트 등 제작 재료를 지원해 팀들이 직접 기구물을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학생이 설계한 것을 즉시 출력하고 조립한 뒤 다시 수정하는 반복 과정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머릿속 아이디어와 실제 물체 사이의 거리가 짧아질수록 학생들은 설계와 제작, 검증의 사이클을 빠르게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반복 능력은 하드웨어 스타트업과 피지컬 AI 분야에서 특히 중요한 역량이다.
대회 1위는 건설·생산 현장의 안전 솔루션을 개발한 ‘SafeON’ 팀이 차지했다. 이 팀은 경영학과 이승환 학생을 비롯해 전기전자공학부 하은지·이윤민, 기계항공공학부 민동연, 재료공학과 김수연 학생으로 구성됐다.
산업현장의 안전 문제는 피지컬 AI가 실제 사회적 가치를 만들 수 있는 대표적인 영역이다. 작업자의 움직임과 위험 요인을 감지하고,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경고하거나 대응하는 시스템은 센서·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결합이 필수적이다.
이번 수상은 기술의 복잡성만을 겨루기보다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를 중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위는 스마트 빗물받이를 구현한 ‘RainWay’ 팀이 차지했다. 기술경영학과 정혜선 학생과 전기전자공학부 이준형·박나림·신주영, 공과대학 자유전공학부 김연경 학생이 참여했다. 도심 침수와 배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스마트 빗물받이는 기후위기와 도시 인프라 문제를 공학적 방식으로 풀려는 아이디어다.
3위는 휠체어 구동 보조기기를 개발한 ‘OREUM’ 팀에 돌아갔다. 기술경영학과 정찬 학생과 기계항공공학부 박지호, 전기전자공학부 최효린, 기계로봇자동차공학부 이재우, 화공학부 장이담 학생이 참여했다. 이 팀은 이동 약자의 일상적 불편을 기술로 줄이려는 접근을 보여 줬다.
세 수상작 모두 거대한 미래기술 자체를 목표로 하기보다 산업안전과 침수, 이동권처럼 구체적인 생활·사회문제에서 출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해커톤이 ‘Physical Engineering × Business’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최근 산업 전반에서 피지컬 AI가 주목받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피지컬 AI는 디지털 공간 안에서만 작동하는 AI를 넘어 로봇이나 기계, 센서와 결합해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판단하며 행동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따라서, 알고리즘만 잘 설계한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센서가 실제 환경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기계 구조가 안전한지, 전력은 충분한지, 사용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지까지 고려해야 한다. 제품 생산비와 유지관리비, 시장 진입전략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이 때문에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공학과 경영의 협업이 선택이 아니라, 기본 조건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대회의 기획과 운영을 총괄한 김경우 전기전자공학부 학생은 피지컬 AI 시대에는 뛰어난 기술 구현력 못지않게 이를 시장의 언어로 풀어내는 경영학적 시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엔지니어에게는 기술적으로 흥미로운 기능이라도 고객에게는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시장에서 필요한 문제를 발견했어도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없다면 사업이 될 수 없다. 경영 전공자는 고객과 시장, 수익구조를 질문하고, 공학 전공자는 구현 가능성과 기술적 한계를 검증한다.
두 관점이 충돌하는 과정 자체가 창업 교육이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전문성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언어를 이해하고 공동의 의사결정을 만드는 능력이다.
해커톤은 무박 2일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서 진행됐다. 짧은 시간 동안 밤새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방식은 참가자에게 높은 몰입감을 제공한다. 동시에 시간과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역할을 나누는 훈련이 되기도 한다.
실제 스타트업 역시 충분한 자원이 주어진 상태에서 시작되는 경우는 드물다. 제한된 인력과 자금, 시간 안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부터 구현하는 판단이 필요하다. 다만, 해커톤의 가치는 단순히 밤을 새우는 강도에 있지는 않다.
짧은 시간에 모든 기능을 완성하려 하기보다 최소한의 핵심 기능을 만들어 사용자 문제를 검증하고, 실패한 부분을 기록해 다음 단계로 연결하는 것이 실전 창업 교육에서 더 중요하다.
배성준 건국대학교 창업지원본부장은 “학생들이 짧은 시간 안에 높은 완성도의 시제품을 제작하고 이를 현실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연결한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라며, “또 우수 아이디어가 실제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지원을 지속하겠다”라고 밝혔다.
대학 창업 교육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바로 ‘이후’가 중요하다. 많은 해커톤과 경진대회에서 우수 아이디어가 발표와 시상 이후 사라진다. 실제 창업으로 이어지려면 고객 인터뷰와 제품 개선, 특허와 법률 검토, 팀 빌딩, 자금조달, 시장검증 등 더 긴 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대회의 진정한 성과는 1·2·3위 팀을 결정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몇 개의 프로젝트가 다음 단계로 진입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건국대학교 창업지원본부와 MOTivation, 부트사차원은 이번 해커톤에서 발굴된 우수 아이템을 교내 창업지원 프로그램과 멘토링에 연결할 계획이다. 이러한 후속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어진다면 학생들은 해커톤에서 제작한 프로토타입을 보다 완성도 높은 MVP(Minimum Viable Product), 즉 최소기능제품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후 실제 사용자에게 제품을 테스트하고 피드백을 반영하면서 사업 가능성을 확인하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특히, 피지컬 AI와 하드웨어 분야는 소프트웨어 서비스보다 제작비와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대학의 장비와 실험공간, 전문 교수진과 창업지원 조직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대학이 가진 연구시설을 학생 창업과 연결하면 창업 초기의 높은 기술적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다.
이번 해커톤은 대학의 융합 교육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도 보여 준다. 경영학도가 회로와 기계설계를 모두 할 필요는 없다. 엔지니어가 재무와 마케팅의 모든 영역을 전문가 수준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서로의 질문을 이해할 수는 있어야 한다.
경영학도는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의 차이를 알아야 하고, 엔지니어는 고객이 왜 이 제품에 돈을 내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피지컬 AI 시대의 경쟁력은 하나의 전공을 버리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자신의 전문성을 깊게 갖되, 다른 전문성을 가진 사람과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건국대학교의 이번 해커톤이 보여 준 가장 중요한 장면도 밤새워 완성된 기계 자체가 아닐 수 있다. 경영과 공학이라는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학생들이 같은 테이블에 앉아 하나의 문제를 정의하고, 실제 작동하는 결과물까지 만들어 냈다는 사실이다.
AI가 디지털 화면을 넘어 현실 세계의 기계와 결합하는 시대에는 기술과 비즈니스 사이의 거리가 더욱 가까워진다. 대학 창업 교육 역시 아이디어 발표대회에서 벗어나 ‘문제를 발견하고, 직접 만들고, 시장에서 검증하는 교육’으로 이동해야 한다. ‘2026 부티베이션 해커톤’은 그 변화의 한 단면을 보여 준 사례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