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어촌 빈집이 다시 사람을 맞는 공간으로 돌아오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24년부터 추진해 온 ‘어촌 빈집 재생 사업’을 통해 전남 완도군과 경남 남해군의 빈집 5채가 주거 공간과 마을 공동 이용시설로 새롭게 정비를 마쳤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사업이 던지는 의미는 단순한 리모델링을 넘어선다. 빈집을 줄이는 일은 결국 사람의 흐름을 되돌리고, 어촌의 생활 기반을 다시 세우는 일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재생된 빈집은 지역의 사정과 필요에 따라 각각 다른 쓰임을 얻었다. 완도군의 빈집 2채는 타지에 거주하는 고향 출신 주민들과 예비귀어인을 위한 공유주택으로 바뀌었다. 남해군의 빈집 3채 가운데 2채는 귀어인을 위한 주거 공간으로, 나머지 1채는 마을 공동 이용시설인 주차장으로 탈바꿈했다. 한때는 마을의 위험 요소이자 경관 훼손의 상징처럼 남아 있던 공간이, 이제는 다시 사람이 머물고 공동체가 쓰는 장소로 전환된 것이다.
어촌 빈집 재생 사업은 어촌마을에 장기간 방치되어 온 빈집을 정비해 정주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24년 부산항만공사, 인천항만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 울산항만공사 등 4개 항만공사가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출연한 5억 원을 재원으로 공모를 진행했고, 그 결과 완도군과 남해군이 첫 사업지로 선정됐다.
현재 남해군은 귀어인을 대상으로 주거 공간 사용 신청을 받고 있으며, 완도군은 3월 중 준비를 마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사업의 의미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해양수산부는 2025년 대상지로 경북 영덕군 내 어촌마을 빈집 2채를 추가 선정했다. 산불 피해가 컸던 지역의 빈집을 올해 말까지 어촌 체험형 숙박시설과 외국인 거주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 해양수산부는 올해도 지자체와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과 협력해 신규 사업지를 발굴할 방침이며, 관계부처와의 협업을 통해 빈집 조사와 「농어촌 빈집 특별법」 제정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즉, 이번 사업은 일회성 정비사업이 아니라, 향후 제도화와 체계적 관리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한 첫걸음에 가깝다.
박승준 어촌어항재생사업기획단장은 “이번 사업은 안전사고가 우려되고, 마을 경관도 해칠 수 있는 어촌 빈집을 정비해 어촌 정주 여건을 개선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라며, “앞으로도 어촌 주민들이 더욱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속해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이번 사업의 핵심을 비교적 정확하게 짚고 있다. 빈집은 단지 오래된 집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이 떠난 자리이고, 돌봄이 멈춘 흔적이며, 공동체의 시간이 느슨해진 자국이다. 특히, 어촌의 빈집 문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 일자리와 생활 기반의 약화, 정주 여건의 불균형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다.
그래서, 빈집을 고친다는 것은 단순히 건물을 손보는 행정이 아니라, 그 마을에 다시 사람이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공동체가 다시 움직일 가능성을 여는 일이어야 한다.
바로 이런 점에서 이번 사업은 방향이 옳다. 귀어인을 위한 주거 공간, 고향 주민과 예비귀어인을 위한 공유주택, 마을공동이용시설로의 전환은 모두 “빈집을 어떻게 다시 살릴 것인가”에 대한 비교적 구체적인 답이다.
중요한 것은 빈집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빈집을 지역의 필요와 연결된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다. 사람이 실제로 머물 수 있는 공간, 마을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설계할 때 비로소 빈집 정비는 지역 회복의 정책이 된다.
물론,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빈집 재생은 건축 행정만으로 완결되지 않는다. 집은 고쳐도 사람이 오지 않으면 다시 비게 될 수 있고, 입주자는 생겨도 일자리와 생활 서비스, 교통과 의료, 교육과 돌봄이 받쳐주지 않으면 정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결국, 어촌 빈집 재생은 주거정책이면서 동시에 지역 정책이어야 한다. 집을 다시 여는 일과 함께, 그 집에서 이어질 삶의 조건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점에서 해양수산부가 관계부처와 협력해 빈집 조사와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의미 있는 방향이다. 빈집 문제는 어느 한 부처, 어느 한 지자체의 단독 과제로 다루기에는 이미 너무 구조적인 문제가 되었다.
조사 체계가 통합되어야 하고, 법적 관리 근거도 명확해져야 하며, 활용 모델 역시 지역 특성에 맞게 다양화될 필요가 있다. 어촌은 농촌과도 다르고, 도시 외곽과도 다르다. 따라서, 어촌의 빈집 문제는 어촌의 산업, 계절성, 정주 패턴, 귀어·귀촌 흐름까지 고려한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완도와 남해의 사례가 보여 주는 것은 하나다. 지역의 쇠퇴는 거대한 구호만으로 되돌릴 수 없지만, 구체적인 공간 하나를 다시 살리는 일에서 회복은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방치된 집 한 채가 다시 사람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는 사실은 단순한 시설 개선 이상의 상징을 갖는다. 그것은 어촌이 더 이상 떠나는 곳만이 아니라, 다시 들어와 머물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다는 조용한 선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런 시도를 단순한 미담으로 소비하지 않는 일이다. 빈집 재생은 보여 주기식 사업이 아니라, 어촌의 정주 기반을 다시 짜는 장기 전략으로 이어져야 한다. 한 채 한 채의 집을 고치는 일과 함께, 그 공간이 다시 공동체의 시간으로 들어가도록 만드는 후속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 빈집은 철거 대상에서 끝나지 않고, 지역 재생의 거점으로 다시 읽힐 수 있다.
어촌의 미래는 거창한 구호보다, 사람이 다시 살 수 있는 집 한 채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그 공간에서 사람이 다시 머물 수 있게 만드는 일은 결국 어촌의 시간을 다시 잇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