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가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며 도시의 하늘을 설렘으로 물들인다. 마치 겨우내 굳게 닫혀 있던 계절의 입술이 이제야 조심스레 열리는 듯하다. 가지 끝마다 맺힌 노란 빛은 한꺼번에 환하게 쏟아지지 않고, 망설임 끝에 꺼내 놓은 첫 고백처럼 조용히 번져 간다.
희뿌옇게 흐려지기 쉬운 봄 하늘은 오늘따라 유난히 맑다. 산수유가 미세먼지마저 가만히 밀어내고 노란빛을 세상 위로 밀어 올린 것만 같다. 그 눈부신 노란색 아래에서 도시는 잠시 거친 숨을 멈추고, 잊고 있던 부드러움을 되찾는다.
3월 하순의 한낮은 아직 완연한 봄이라기보다, 봄이 자기 이름을 또렷이 말하기 직전의 순간에 가깝다. 그래서 더 설렌다. 산수유의 노란빛은 단지 피어 있는 색이 아니라, 다가올 계절을 미리 불러내는 신호처럼 보인다.
그 노란색은 바람 속에서 가늘게 흔들리며 어디선가 아직 망설이고 있을 분홍 벚꽃을 다정하게 재촉한다. 어서 와도 좋다고, 이제 거리는 충분히 환해졌다고, 겨울의 마지막 그림자는 이쯤에서 물러가도 된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렇게 산수유는 혼자 피지 않는다. 늘 다음 꽃의 계절을 예비하며, 봄 전체의 문을 여는 첫 악장처럼 도시의 하늘 아래에서 조용히 노래한다.
그리고 그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도 어느새 작은 변화가 찾아온다. 별다른 것 없던 거리의 나무가 서서히 계절을 이야기하고, 무심히 지나던 길 위에 문득 머물고 싶은 이유를 만든다.
노란 꽃송이들은 “곧 더 환한 날들이 온다”는 말을 굳이 큰소리로 하지는 않는다. 다만, 햇빛 속에서 조금 더 환하게 떨리며, 지금, 이 순간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가만히 증명할 뿐이다.
그래서 3월 하순의 한낮은 찬란하다기보다 다정하고, 화려하다기보다 기쁘다. 산수유가 먼저 하늘을 물들이면, 사람의 마음도 그 뒤를 따라 조금씩 봄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