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만드는 대형 공공시설은 종종 지역 안에 들어서지만, 지역과 함께 서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건물은 세워지고 방문객은 오가지만, 정작 그 시설이 지역 주민의 삶과 얼마나 연결되는지는 또 다른 문제로 남는다.
이런 점에서 산림청(청장 박은식)이 국립새만금수목원 개원을 앞두고 김제에서 지역상생사업 설명회를 연 것은 단순한 사업 안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수목원을 식물 전시와 관람의 공간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지역 농가의 소득과 기술, 일자리와 문화까지 함께 연결되는 공공자산으로 만들겠다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수목원이 진정한 공공시설이 되려면, 그 안의 나무뿐 아니라, 그 주변의 지역도 함께 자라야 한다.
산림청은 전북특별자치도 김제시청에서 식물 계약재배 등 지역 상생 사업에 관심 있는 지역 농가를 대상으로 ‘국립새만금수목원 지역상생사업 설명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설명회는 2027년 개원을 앞둔 국립새만금수목원이 운영 과정에서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식물산업 진흥과 동반성장, 문화 상생 방안을 공유하고 지역 농가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설명회에서는 이미 지역 상생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국립세종수목원의 위탁·계약재배 사례가 소개됐다. 특히, 사업 규모와 운영 절차, 농가 참여 방법, 계약 시기와 재배 품목 등 농가가 실제로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안내했다.
위탁·계약재배는 수목원에 필요한 식물을 지역 농가가 직접 생산해 납품하는 방식으로, 참여 농가 모집부터 계약 체결, 식물 생산, 납품과 검수까지 모든 과정을 포함한다. 산림청은 이 과정에서 사업 참여 필수요건과 평가 기준도 함께 설명하며, 지역 농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주목할 대목은 이 사업이 단지 식물을 납품하는 거래 구조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2025년에 추진한 지역 상생 사업 성과를 보면, 계약재배 98 농가의 21억 원 소득 증대, 재배 기술 보급 31건과 현장 기술지도 342회, 일자리 창출 834명, 지역전시 및 문화행사 98회, 지역 방문객 138만 명 등 총 583억 원 규모의 직·간접 경제 효과가 있었다.
이 수치는 수목원이 단순한 녹지 공간이 아니라, 지역경제와 문화, 고용을 함께 움직일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오늘날 지역이 바라는 것은 단지 시설 유치가 아니다. 그 시설이 지역에 무엇을 남기고, 누구와 연결되며, 어떤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국립수목원 같은 공공시설도 마찬가지다. 멋진 공간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공간이 지역 농가와 산업, 주민과 문화, 방문객과 지역경제를 함께 잇는 방식으로 운영될 때 비로소 공공적 가치를 갖게 된다. 국립새만금수목원이 개원 전부터 지역 상생을 핵심 의제로 내세운 것은 이런 점에서 바람직한 출발로 볼 수 있다.
특히, 계약재배 방식은 지역과 수목원이 가장 현실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수목원은 필요한 식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고, 지역 농가는 판로를 확보하며 소득 기반을 넓힐 수 있다.
여기에 기술 지도와 품목 정보, 재배 노하우까지 함께 제공된다면 단순 납품 관계를 넘어 지역 식물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다시 말해 계약재배는 단순 구매가 아니라, 지역 농업의 질을 함께 끌어올리는 방식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수목원의 지역 상생은 경제적 효과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설명회에서 함께 제시된 문화 상생 방안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목원은 식물을 보는 곳이면서 동시에 지역을 경험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지역전시, 문화행사, 주민 참여 프로그램이 결합되면 수목원은 외부 관광객이 잠시 다녀가는 명소가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생활문화 거점이 된다. 실제로 세종 사례에서 지역전시와 문화행사가 98회나 운영되었다는 점은, 수목원이 식물과 문화, 관광과 공동체를 함께 잇는 공간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물론 과제도 있다. 지역 상생은 선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참여 기회가 실제로 지역 농가에 공정하게 열려 있는지, 평가 기준이 현실적인지, 재배 품목 선정과 계약 절차가 투명한지, 기술 지원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지 같은 세밀한 점검이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 농민들이 “이 사업은 우리를 위한 기회”라고 실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생은 좋은 말로만 남고, 실제 체감도는 낮아질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농가의 궁금증을 듣고 의견을 수렴한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좋은 공공정책은 발표보다 경청에서 더 강해진다.
이광호 산림청 산림보호국장이 “국립새만금수목원이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수목원이 될 수 있도록 농가와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공공시설이 지역 안에서 오래 사랑받으려면, 지역이 그 시설을 남의 것으로 느끼지 않아야 한다. 수목원이 지역과 손을 맞잡을 때, 지역은 단순한 입지가 아니라 성장의 동반자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