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투데이 로고시니어투데이

뉴스네트워크
홈공지내용설문최신기사인기기사
경제
사회
문화
건강
과학
산업

시니어투데이

s

서비스

공지사항Q&AFAQ

문의/접수

기사제보고객센터제휴문의

약관

이용약관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

경제

경제동향기업경영

사회

사회일반복지환경

문화

공연전시문화유산도서칼럼

건강

건강일반의료제약

과학

과학기술

산업

산업동향
© 2026 시니어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시니어투데이문화문화유산기사
[시니어투데이 뉴스]
시니어투데이 뉴스추천뉴스2026. 3. 18. 오후 1:35:36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 시대의 재발견

통일신라와 고려의 양식이 함께 나타난다 조각 예술성이 뛰어나고, 역사적 맥락이 풍부하다

최대식 기자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 시대의 재발견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

문화유산의 가치는 오래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이 어떤 시대를 품고 있는지, 어떤 변화를 증언하는지, 그리고 오늘의 우리에게 무엇을 다시 보게 하는지가 함께 드러날 때 비로소 유산은 과거의 잔존물이 아니라,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이런 점에서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의 국보 승격은 단순히 하나의 석탑에 국가적 지위를 부여한 일이 아니다. 이는 통일신라에서 고려로 넘어가는 미감과 기술, 불교와 왕실의 관계, 지역 문화유산의 위상을 다시 읽어내는 공적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유산청(청장 허민)은 충청남도 서산시(시장 이완섭)와 함께 18일 오전 11시 서산 보원사지에서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의 국보 승격을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지역주민과 함께 국보 지정의 의미를 나누는 자리로 마련되며, 국보 지정서 전달과 축하공연 등으로 진행되었다. 행사에는 국가유산청장, 충청남도지사, 국회의원, 서산시장, 사찰 관계자와 시민들이 참석해 국보 승격의 의미를 함께 되새기는 장이 되었다.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은 건립연대가 비교적 명확한 고려시대 석탑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보원사지 내 법인국사 보승탑비문에는 법인국사 탄문이 보원사에 머물던 시기에 고려 광종을 위해 955년 봄 불탑과 불상을 조성했다는 기록이 전해지며, 이러한 문헌 기록과 석탑의 양식적 특징을 종합할 때 이 탑은 고려시대 석탑 편년(編年·석탑의 건립연대 순서와 양식적 특징의 기준이 되는 연대기)의 기준이 되는 중요한 유산으로 평가된다.

보원사지 자체도 이미 많은 문화유산을 품고 있는 역사적 공간이다.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 초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사지는 고려시대 대대적인 중창을 거쳤고, 석조와 당간지주, 법인국사보승탑 등 여러 문화유산과 함께 사적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그 가운데 오층석탑은 특히 통일신라와 고려의 양식이 한 몸 안에 공존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층의 가구식으로 구성된 기단부 중 아래층 기단 면에는 부조(浮彫) 조각기법으로 각기 방향과 형상이 다른 사자상(獅子像)을 사실적으로 표현하였고, 위층 기단 면에는 팔부중상(八部衆像)을 유려하게 조각하여 통일신라시대 조각양식과 수법을 계승함과 동시에 고려시대 석조각의 우수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사자상은 불법과 사리를 지키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파하는 상징이고, 팔부중상은 불교의 여덟 수호신(천·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을 형상화한 것으로 탑이나, 본존불 주위 사방(四方)에 배치한다.

탑신(塔身)과 옥개석(屋蓋石)은 5층으로 구성되었고,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일정한 체감을 줘 안정된 구도와 외관을 형성하고 있다. 1층 탑신 각면에만 문비(門扉)가 새겨져 있고, 나머지 탑신에는 기둥 형상의 조각이 부조되어 있다. 옥개석은 하부에 4단의 옥개 받침을 낮게 조각하였고, 양옆 너비에 비하여 높이가 낮아 통일신라시대 석탑과는 다른 치석(돌을 다듬음) 수법과 외관을 형성하고 있다.

  * 탑신: 석탑의 몸통을 이루는 부재
  * 옥개석: 탑신석 위에 지붕 모양으로 덮은 부재
  * 문비: 탑신석에 조각한 문짝 
  * 노반석: 탑의 최상부 옥개석 위에 놓아 상륜부 장식 부재를 받치는 부재
  * 찰주: 탑의 꼭대기에 설치로 상륜부 장식 부재를 꽂는 쇠기둥

이처럼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은 비교적 명확한 조성 시기와 함께 고려 왕실과 불교와의 관계를 알 수 있고, 통일신라 말기 조영 기법과 양식을 계승하면서 고려시대 새로운 기법들이 나타난 석탑으로 역사적, 학술적, 예술적 가치가 크다.

이 석탑은 양식의 전환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새겨진 문화유산이다. 통일신라의 조형 전통을 이어받으면서도 고려가 자신만의 새로운 미감과 구조 감각을 형성해 가는 과정이 이 탑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다시 말해 이 탑은 하나의 완성품인 동시에, 한 시대가 다음 시대로 넘어가는 예술적 이행의 기록이다.

국보 지정의 의미는 여기에 있다. 국보는 단순히 희소한 문화재에 붙는 명칭이 아니다. 한 사회가 그것을 통해 자신의 역사와 정체성을 설명할 수 있을 때, 그리고 후대에 반드시 전해야 할 가치가 분명할 때 부여되는 이름이다.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은 역사적 가치, 학술적 가치, 예술적 가치를 두루 갖춘 유산이다.

더 주목할 것은 이번 국보 승격이 지역사회와 함께 기념된다는 점이다. 문화유산은 중앙의 지정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이 지역의 기억 속에 살아 있고, 주민의 자부심으로 이어지며, 교육과 관광, 문화적 재해석으로 확장될 때 비로소 살아 있는 유산이 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기념행사는 지정 사실을 알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서산의 역사와 문화가 국보를 통해 새롭게 호명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종종 문화유산을 과거 속에 고정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유산은 박제된 시간이 아니라, 오늘 다시 해석될 때 살아나는 시간이다.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의 국보 승격은 한 석탑의 위상을 높인 사건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어떤 역사를 소중히 여기고 어떤 미감을 기억해야 하는지를 다시 묻는 계기이기도 하다.

이 석탑은 통일신라의 끝과 고려의 시작, 불교의 상징과 왕실의 염원, 지역의 역사와 예술의 깊이를 조용히 품고 서 있었다. 이제 국보라는 이름은 그 침묵에 공적인 언어를 부여한 셈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국보 지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체계적인 보존과 연구는 물론, 지역사회와 연결된 활용, 다음 세대에게 닿을 수 있는 교육과 해설, 품격 있는 문화콘텐츠로의 확장이 뒤따라야 한다. 

국보는 지정되는 순간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치를 어떻게 이어 가느냐에 따라 진정한 의미를 얻게 된다.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의 국보 승격은 결국 하나의 문화재를 높인 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화적 안목을 한 단계 끌어올릴 기회다. 국보는 돌에 붙는 이름이 아니라, 그 돌을 바라보는 우리 인식의 수준에 붙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최대식
최대식 기자
admin@seniortoday.net
작성 기사 수
79개
작성 동영상 뉴스 수
0개
기자 프로필 보기

인기 기사

인기 기사가 없습니다.

더 많은 기사가 추가되면 인기 기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댓글

익명 댓글은 지원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