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조직에서 혁신은 자주 말해지지만, 늘 쉽게 체감되지는 않는다. 계획은 많고 구호는 선명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조직의 분위기와 일하는 방식, 협업의 구조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짜 혁신은 거창한 선언보다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 부서의 경계를 넘어 실제로 변화를 이루어 내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산림청 국립수목원(원장 임영석)이 정부혁신 어벤져스 ‘엉망진창’ 발대식을 연 것은 단순한 내부 행사 이상의 의미가 있다.
‘엉망진창’이라는 이름은 다소 유쾌하지만, 그 안에는 공공조직이 어떻게 살아 있는 혁신을 지속할 수 있는가에 대한 중요한 질문과 가능성이 담겨 있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3월 23일 공직사회 혁신을 선도하고 창의적 성과 창출을 위해 결성한 정부혁신 어벤져스, 즉 ‘국립수목원 혁신어벤져스 엉망진창’의 발대식을 개최했다”라고 밝혔다. ‘엉망진창’은 “엉뚱하지만, 망설임 없이 진지하게 창의적인 모임”이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조직문화 개선과 부서 간 협업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는 국립수목원의 대표 혁신단이다.
이 모임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미 일정한 성과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립수목원 혁신어벤져스는 세계 책의 날을 맞아 국민과 함께하는 ‘국립수목원 나눔 한마당’을 개최했고, 민간기관과 협업해 사회공헌과 자원순환 실천을 이어 갔다.
또한, 지역사회 취약계층 지원과 산불 대응 현장 지원, 산림청 소속 기관 사이 연합 혁신 프로젝트 추진 등 눈에 보이는 결과를 이루어 내며 단순한 아이디어 그룹이 아니라, 실행 중심의 혁신모델로 자리 잡았다.
이번 발대식을 계기로 국립수목원은 2026년에도 조직 내 소통 강화와 참여 확대, 신규 혁신과제 발굴과 실행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과제도 적극 발굴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 사례가 의미 있는 까닭은 분명하다. 공공조직의 혁신은 종종 제도 개편이나 업무 효율화의 언어로만 설명되지만, 실제 혁신의 출발점은 사람과 문화에 있다. 직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조직 안의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며, 부서 간 장벽을 넘어 함께 해결하려는 분위기가 없다면 어떤 혁신 정책도 오래가기 어렵다.
반대로 자발성과 실행력이 살아 있는 조직은 작은 변화일지라도 이를 지속하여 축적해 실제 성과로 연결할 가능성이 크다. 국립수목원의 ‘엉망진창’은 바로 그 지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름처럼 다소 자유롭고 유연한 결을 가지면서도, 실질적 결과를 이루어 냈다는 점에서 공공 혁신이 꼭 딱딱하고 형식적인 방식으로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특히, 지난해 성과를 보면 이 혁신단이 조직 내부의 분위기 개선에만 머무르지 않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국민 참여형 행사, 민간 협업, 자원순환, 취약계층 지원, 산불 대응, 기관 사이 연합 프로젝트는 모두 공공기관이 사회와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를 묻는 과제들이다.
이는 곧 혁신이 조직 안의 효율성만 높이는 데서 끝나지 않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확장될 때 비로소 진짜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잘 보여 준다. 공공기관의 혁신은 보고서 안의 개선안보다, 현장에서 국민이 “달라졌다”라고 느끼는 경험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이번 발대식에서 특히 눈여겨볼 점은 ‘성과를 기반으로 더 큰 변화와 혁신을 향한 새로운 도약’이라는 메시지다. 공공조직은 종종 한 번의 성과를 내면 거기서 멈추기 쉽다. 그러나 진정한 혁신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문화가 되어야 한다.
지난해의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더 넓은 참여와 새로운 과제를 추진하겠다는 방향은 그런 점에서 바람직하다. 혁신은 늘 새로워야 하지만, 동시에 축적되어야 한다. 어제의 성과를 오늘의 관성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음 변화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 때 조직은 비로소 살아 움직이게 된다.
또 하나 중요한 대목은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과제’를 적극 발굴하겠다는 부분이다. 국립수목원 같은 공공기관은 더 이상 독립된 행정 단위로만 존재할 수 없다. 지역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고, 지역사회에 어떤 이바지를 하며, 지역 주민과 어떤 공공적 관계를 맺는지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혁신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조직 내부의 효율화뿐 아니라, 조직 바깥과의 관계 방식까지 함께 바뀌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립수목원이 지역 상생을 올해의 중요한 과제로 내세운 것은 공공 혁신의 외연을 넓히는 방향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과제도 있다. 자발적 혁신조직은 출발의 에너지는 강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피로와 반복의 위험에 부딪힐 수 있다. 혁신이 몇몇 의욕적인 직원의 열정에만 기대게 되면 지속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이런 모임이 일회성 캠페인이나 상징적 장식에 머물지 않고, 조직 전체가 함께 배우고 따라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성과를 공유하고, 실패를 점검하며, 좋은 아이디어가 실제 제도와 운영에 반영되는 흐름이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엉망진창’ 같은 혁신단이 특별한 소수의 실험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임영석 국립수목원장이 “자발성과 실행력을 바탕으로 혁신을 실현하는 핵심 동력”이라고 강조한 것도 바로 이런 점과 맞닿아 있다. 공공조직의 경쟁력은 더 이상 규정과 절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얼마나 유연하게 문제를 발견하고, 얼마나 빠르게 협업하며, 얼마나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결국 혁신은 멋진 단어가 아니라, 조직의 태도와 움직임으로 드러나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