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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교연합신문 뉴스]
한국학교연합신문 뉴스뉴스2026. 3. 25. 오전 11:19:55

조선왕릉 석조문화유산 정밀 재조사가 보여 주는 보존의 새로운 방향

왕릉 석조물 907점을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문화유산 보존과 산림생물 연구를 결합한다

안순모 기자
조선왕릉 석조문화유산 정밀 재조사가 보여 주는 보존의 새로운 방향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영월읍 소재 장릉전경

문화유산은 오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저절로 보존되지 않는다. 오히려 오래되었기 때문에 더 세심한 관찰과 더 정교한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왕릉의 석조물은 한 왕조의 예법과 미감, 권위와 기억을 돌이라는 물질 속에 담아낸 존재이지만, 동시에 바람과 비, 숲과 미생물, 시간의 풍화에 끊임없이 노출되는 연약한 유산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산림청(청장 박은식)과 국가유산청(청장 허민)이 조선왕릉 석조문화유산의 보존상태를 10년 만에 다시 정밀하게 조사하기로 한 것은 단순한 점검 사업을 넘어, 문화유산 보존이 이제 감각과 경험의 영역을 넘어 과학적 데이터와 융합 연구의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의미 있는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산림청과 국가유산청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간 ‘조선왕릉 석조문화유산 보존상태 정밀재조사 공동연구’를 추진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된 ‘조선왕릉 석조문화유산 보존방안 공동연구’ 이후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동안 조선왕릉 석조물의 보존상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파악하고 보존 환경을 다시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조사 대상은 조선왕릉 40기 가운데 상징성, 보존 처리 이력, 석조물 재질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한 10기의 왕릉이며, 총 907점의 석조물이 집중점검 대상에 포함됐다.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소재 장릉 문석인과 무석인

 

1차 연도에는 태조 이성계의 능으로 상징성이 높은 ▲구리 동구릉 내 건원릉의 석조물 194점, ▲숲속 입지 특성이 있는 영월 장릉(단종의 능)의 석조물 16점, ▲손상 등급 현행화가 필요한 남양주 사릉(단종비 정순왕후의 능)의 석조물 16점을 조사한다. 

이번 조사는 단지 돌의 상태를 살피는 일이 아니라, 조선 왕실의 시간과 서사가 새겨진 장소를 다시 읽는 일이기도 하다. 사업을 주관하는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는 비파괴 조사․분석을 통해 석조물의 물리적 손상 특성을 규명하고, 보존과학연구실은 초분광 기술을 활용해 맨눈으로는 식별이 어려운 표면 오염물과 미세 지의류의 분포를 시각화한다. 

또한, 궁능유적본부는 왕릉의 관리 이력을 제공하고 현장 행정을 지원하며,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석조물 손상의 주원인인 생물군의 종을 식별하고 분포 특성을 밝히는 일을 맡아서 하게 된다. 이처럼 각 조사연구를 통해 도출된 데이터를 종합해 주원인 생물에 대한 ‘생물손상 영향지도’를 작성하고, 이를 왕릉 석조물별 맞춤형 보존관리의 근거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문화유산 보존과학, 산림생물 다양성 연구, 현장 관리 정보가 하나의 체계 안에서 연결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문화유산 보존에서 과학이 중요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학은 유산의 가치를 대신하지는 않지만, 그 가치를 지키는 방법을 더 정교하게 만들어 준다. 

왕릉의 돌은 겉으로는 단단해 보여도, 실제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가 오랜 세월에 걸쳐 쌓이면서 균열과 변색, 생물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보존은 손상이 커진 뒤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변화를 미리 감지하고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옮겨가야 한다. 

10년 만의 재조사가 중요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시간은 문화유산을 위대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조금씩 닳게도 한다. 그러므로 보존은 시간을 이기는 일이 아니라, 시간의 흔적을 더 잘 이해하는 일이어야 한다.

이제 문화유산 보존은 단순히 ‘문화재를 관리하는 일’이 아니라, 자연환경과 생물군, 주변 생태를 함께 이해해야 하는 통합적 과제가 되고 있다. 물론, 이런 연구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조사 결과가 현장 관리 체계 속에 제대로 반영되어야 한다. 

데이터가 축적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석조물별 보존 우선순위를 정하고, 생물손상 관리 방식을 정교화하며, 장기적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단계까지 이어져야 한다. 

나아가 이런 연구 성과가 교육과 전시, 대국민 해설로까지 확장된다면, 국민은 왕릉을 단지 ‘옛 무덤’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과학, 역사와 보존이 함께 만나는 장소로 새롭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안순모 기자
안순모 기자
asm@newsnetp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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