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형 담론이 아니다. 이미 우리의 숲과 산, 마을과 일상에 반복적으로 흔적을 남기고 있다. 특히 산불은 이제 계절성 재난을 넘어, 기후변화가 만들어 낸 복합 재난의 성격을 점점 더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강한 바람, 건조한 대기, 예측하기 어려운 극한 기상은 작은 불씨 하나를 순식간에 대형 재난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런 점에서 산림청이 국립산림과학원, 한국산림과학회와 함께 ‘기후재난에 강한 산림관리 심포지엄’을 연 것은 단순한 학술행사가 아니다. 그것은 숲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의 문제를 넘어, 기후재난 시대에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대응 체계를 다시 세워야 하는가를 묻는 정책적 자리라고 보아야 한다.
산림청(청장 박은식)은 국립산림과학원, 한국산림과학회와 함께 국립산림과학원 국제회의실에서 ‘기후재난에 강한 산림관리 심포지엄’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심포지엄은 영남지역 산불 발생 1년을 계기로 산림재난 대응 체계를 다시 점검하고, 기후재난 시대에 맞는 산림정책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주요 의제로는 기후위기 대응 산불재난 전주기 관리체계, 기후재난 예방사업을 통한 재난관리 혁신과 지역격차 해소 등이 다뤄졌으며, 이어진 토론에서는 학계와 현장 전문가들이 참여해 산림관리 방향과 현장 중심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산림청이 지난해 대형산불 이후 진화역량이 실질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밝힌 점이다.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산불 진화헬기 투입량은 건당 2.5대에서 4.7대로 늘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 증가했고, 피해면적당 주불 진화시간은 헥타르당 1시간 36분에서 30분으로 69%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범정부 총력 대응과 자원 투입 강화가 실제 현장 효율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지표다. 재난 대응은 결국 숫자로 증명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런 변화는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수치는 더 근본적인 질문도 던진다. 얼마나 빨리 끄느냐도 중요하지만, 왜 점점 더 자주, 더 크게 타오르는가를 함께 묻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기후재난 시대의 산림정책은 이제 단순한 진화역량 강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불이 난 뒤 더 잘 끄는 체계와 함께, 불이 덜 나게 만들고 덜 번지게 하는 예방 중심의 산림구조 전환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상익 산림청 산림산업정책국장이 산불피해지 복원체계 강화, 피해목 활용 확대, 산림구조 대전환 기반 마련을 언급한 것도 바로 이런 문제의식과 연결된다. 결국 산림관리의 핵심은 재난을 사후 수습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숲의 구조 자체를 재난에 강한 방향으로 다시 설계하는 데 있어야 한다.
이 점에서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가 ‘기후재난에 강한 산림관리’였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산불은 단지 산림청의 소방 문제나 계절별 현장 대응 문제로 좁혀 볼 수 없다. 산림은 기후위기의 피해를 가장 먼저 받는 대상이면서, 동시에 기후재난을 완화하는 중요한 기반이기도 하다. 건강한 숲은 탄소를 흡수하고, 물을 저장하며, 토양을 붙잡고, 폭염과 홍수, 산사태 위험을 줄이는 기능을 한다. 반대로 숲이 병들고 구조가 취약해질수록 재난은 더 쉽게 번지고 더 오래 남는다. 따라서 재난에 강한 산림관리란 곧 기후위기에 강한 국토관리 전략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첨단기술 기반 대응체계 구축을 강조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산림청은 2025년 추경예산에 AI와 드론을 활용한 대형산불 대응 연구개발 사업을 반영하고, 앞으로 5년간 산불 예측, 진화, 안전관리 전 분야에 걸친 기술개발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재난 대응이 경험과 인력 중심 체계에서 데이터와 예측, 첨단기술이 결합된 체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산불은 초기에 얼마나 정확하게 감지하고, 어떻게 경로를 예측하며, 현장 대원과 장비를 얼마나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배치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AI와 드론은 단순한 첨단장비가 아니라, 대응의 시간과 정확도를 바꾸는 핵심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기술만으로 모든 해답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후재난 대응은 언제나 현장성과 결합될 때 힘을 가진다. 드론이 하늘을 날아도 현장 지형을 아는 사람의 판단이 필요하고, AI가 확산 경로를 예측해도 실제 주민 대피와 장비 배치는 사람의 결단과 행정의 속도에 달려 있다. 그래서 이번 심포지엄에서 현장 전문가와 학계가 함께 참여해 지역격차 문제와 예방사업의 혁신, 전주기 관리체계를 논의한 것은 바람직하다. 재난은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예산, 현장 조직, 지역사회 협력까지 함께 작동해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격차 해소라는 주제는 더 크게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기후재난은 모든 지역에 같은 방식으로 오지 않는다. 산림구조와 기후 조건, 지형, 장비 접근성, 인력 여건에 따라 지역별 대응 역량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국가 차원의 산림재난 대응체계는 단순히 중앙의 자원 투입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마다 다른 취약성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예방사업과 대응체계를 그 지역에 맞게 설계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강한 산림’이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실제 현장의 준비로 이어질 수 있다.
김용관 국립산림과학원장이 과학적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다양한 사회적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산림재난 대응 연구 기반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기후재난의 시대에는 어느 한 기관의 경험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과학은 현장을 더 잘 이해하게 하고, 현장은 과학의 질문을 더 정확하게 만든다. 이 둘이 만날 때 비로소 정책은 현실을 따라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