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늘사랑회와 밥상공동체가 해외 봉사를 위한 10개월간의 준비를 마치고 지난 3월 13일부터 21일까지 에티오피아를 방문했다. 이번 여정에는 지난해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외곽의 쓰레기마을 ‘꼬래(Kore)’를 다녀온 뒤, 그 현장을 다시 찾겠다고 한 일도 포함됐다.
한국늘사랑회 김상기 회장은 지난해 밥상공동체 허기복 대표와 함께 꼬래를 찾았을 당시의 기억이 지금까지도 또렷하다고 말했다. 떠나는 순간까지 손을 흔들며 “다시 오라”고 외치던 아이들의 모습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고, 결국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현장을 찾게 됐다는 것이다.
꼬래는 수십 년 동안 쌓인 쓰레기 더미 주변에 형성된 빈민촌이다. 주민들은 거대한 매립지 옆에 임시로 지은 누추한 거처에서 살아가며, 매일 쓰레기를 뒤져 생계를 이어간다. 썩은 오물에서 흘러나온 침출수는 악취를 풍기고, 해충은 끊이지 않는다. 주민들은 플라스틱과 유리, 깡통 등 재활용할 수 있는 물건을 주워 팔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장갑조차 없이 맨손으로 쓰레기를 뒤지다 보니 손이 찔리고 긁히는 일도 흔하다.
이러한 환경에서 위생은 사치에 가깝고, 제대로 된 식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교육의 기회도 부재한 상태라서 문맹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구조가 만들어낸 운명처럼 굳어져 있다. 이곳의 삶은 빈곤이 어떻게 대물림되고, 인간의 존엄이 어떻게 일상에서 위협받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밥상공동체는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매달 한 차례 현지 주민들에게 점심 한 끼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방문에서도 일행은 현장에서 직접 특식을 준비해 아이들과 주민들에게 음식을 나누었다. 비록 식사 한 끼이지만, 그들에게는 이것이 특별한 위로이자 하루를 견디게 하는 힘이 되는 현장이다.
무엇보다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그 척박한 자리에서도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기 위해 애쓰는 현지 비정규 교육시설 교사들의 헌신이었다. 방문 당일에도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고 현장을 돌보느라 바쁜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아이들을 향한 책임감과 사랑을 놓지 않는 그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숙연함을 안겼다.
김상기 회장은 현장에서 겪은 한 장면을 떠올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함께 일을 거들고 있는데 한 사람이 씻지도 않은 손으로 제게 음식을 먹여주었다”라며, “순간 멈칫했지만, 그 음식이 목으로 넘어가는 순간 목덜미가 뜨거워졌고, 솟구치는 감정과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마주한 것은 단순한 가난이 아니라, 사랑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손길이었다는 것이다.
김상기 회장은 아이들과 한참 동한 어울려 놀아주었는데, 더러워진 옷과 씻지 못한 얼굴, 손발, 악취가 일상이 된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은 낯선 방문객에게 거리낌 없이 달려와 안겼다고 한다. 그 순간을 떠올리며 김상기 회장은 “무엇에 이끌리듯 아이들을 안았고, 복받치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라며 아직도 그때가 생생한 듯 그 이야기를 했다. 결핍은 분명했지만, 그 결핍 속에서도 아이들은 사랑을 알아보고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말이다.
현장에서 확인한 문제는 복합적이었다. 김상기 회장이 꼽은 시급한 과제는 최소 생계 보장과 위생 개선, 출생신고 체계 마련, 정규학교 진입,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경제적 자립 시스템 구축 등이다. 먹는 문제 하나만 해결한다고 끝나는 곳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 조건 전반이 무너져 있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작지만 큰 감동을 준 이야기도 해주었다. 음식을 만드는 작은 공간 옆에서는 닭을 키우고 있었는데, 한때는 20여 개의 달걀을 얻을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알을 제대로 낳지 못하는 닭이 늘어나면서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은 현지 거주 한국인 한 사람이 알을 잘 낳을 수 있는 중간 닭 30마리를 선뜻 기부했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보면 크지 않은 도움처럼 보일 수 있지만, 현장에서는 분명히 희망의 사건이었다. 절박한 현실 속에서는 사소해 보이는 도움이 누군가의 내일을 바꾸는 기적이 되기도 한다는 이야기다.
김상기 회장은 “이번 방문을 단순한 감정의 체험으로 남기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받은 충격과 연민을 넘어, 실제로 삶을 바꾸는 데 필요한 일들을 구체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먹는 문제와 시설, 위생, 교육, 출생신고 등 가장 기초적인 문제들부터 차근차근 살피며, 이들을 실질적으로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에티오피아 방문은 빈곤의 참혹함을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인간의 삶이 어디에서 무너지고, 또 어디에서 다시 세워질 수 있는지를 묻는 시간이기도 했다. 지구촌에는 사람이 먹고 입을 수 있는 절대량이 부족하지는 않다. 그런데도, 왜 여전히 수많은 이들이 굶주림과 방치 속에 살아가야 하느냐는 질문은 결국 인간의 양심과 사회의 책임을 향한다.
김상기 회장은 “문제를 보았으면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라며, “마음의 변화와 실천이 함께 가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그 변화가 하루아침에 오지는 않더라도,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에티오피아 꼬래의 아이들은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그러나 누군가가 다시 찾아가고, 그들의 손을 잡았으며, 그 손을 놓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연민이 머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지속 가능한 돌봄과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게 할 것인지, 이제 이 물음은 현장을 다녀온 이들뿐 아니라, 이 이야기를 듣는 모두에게 남겨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