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네트워크추천뉴스기고2026. 5. 18. 오후 5:50:53

이제는 문해력과 글쓰기가 경쟁력이다

박시우 작가
이제는 문해력과 글쓰기가 경쟁력이다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 시대를 살고 있다. 오늘의 청소년들에게는 스마트 기기와 디지털 환경이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질 것이다. 사실 이것은 그리 오래된 풍경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개인용 컴퓨터가 처음 판매되기 시작한 것도, 일반 국민이 인터넷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불과 수십 년 전의 일이다. 

대한민국에서 개인용 컴퓨터(PC)가 처음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1981년의 일이다. 1981년 1월에 나온 삼보컴퓨터의 ‘SE-8001’이 국내 최초의 상용 개인용 컴퓨터이었다. 그 뒤 13년이 지난 1994년 한국통신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KORNET(코넷)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인터넷 시대의 시작이다. 그때부터 인터넷 상용화가 시작되어 일반 가정과 개인 사용자들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기술은 눈부신 속도로 발전했고, 이제는 질문만 던지면 답을 내놓고, 글을 쓰고, 그림을 만들고, 문서를 정리하고, 코딩까지 수행하는 인공지능의 시대에 이르렀다.

기술은 인간의 손과 머리를 대신할 정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바로 그럴수록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사실이 있다. 인간에게 끝까지 남는 경쟁력은 결국 사고력이라는 점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확산은 정보 접근의 문턱을 극적으로 낮추었다. 필요한 정보는 몇 초 만에 찾을 수 있고, 초안 작성이나 요약, 번역과 정리도 이전보다 훨씬 손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제는 읽고 쓰는 수고를 줄여도 되는 시대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다. 정보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에 오히려 무엇이 옳고,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는 능력이 더 절실해졌다. 이제 문제는 정보 부족이 아니라 정보 과잉이다.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고, 논리의 빈틈을 찾아내며, 의미를 스스로 구성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은 더 많이 아는 데 있지 않고, 더 깊이 읽고 더 정확하게 판단하는 데 있다.

이제는 질문의 수준이 결과의 수준을 결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인공지능은 질문에 반응하는 도구이지, 스스로 인간처럼 의미 있는 질문을 길어 올리는 존재는 아니다.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답의 질이 달라지고, 그 답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과의 수준도 달라진다. 그래서 교육 역시 “무엇을 아는가”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묻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인간에게 요구되는 것은 반복적 지식 암기가 아니라, 정보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맥락 속에서 의미를 조직하는 사고력이다.

문제는 현대 사회의 환경이 오히려 이러한 사고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데 있다.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면서 사람들은 긴 문장과 복잡한 맥락을 천천히 따라가며 의미를 구성하는 경험과 역량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빠르게 소비하고 곧바로 다음 자극으로 넘어가는 습관은 사고의 깊이를 얕게 만들고, 인내심과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여기에 독서량 감소가 더해지면서 어휘력은 빈약해졌다. 문장을 읽고 그 뜻을 정확히 이해하는 문해력 역시 약화되고 있다. 이는 단지 국어 성적의 문제가 아니다. 문해력의 저하는 곧 사고력의 저하이며, 나아가 판단력과 표현력의 약화를 뜻한다.

AI 시대에는 독서와 글쓰기가 더 이상 필요 없는가. 오히려 그 반대다. 읽기 뇌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인 매리언 울프(Maryanne Wolf) 박사는 인간이 외부 플랫폼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게 될 경우, 자신의 내부 플랫폼을 강화하고 발전시킬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말은 매우 중요하다. 인간의 읽기와 쓰기 능력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뇌 안에 사고의 구조를 세우고, 세계를 해석하는 틀을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AI가 대신 정리해 주고, 요약해 주고, 써 주는 것에만 익숙해진다면, 사람은 스스로 생각을 구성하고 검증하고 표현하는 힘을 점점 잃게 된다.

결국 외부의 편리함이 내부의 빈곤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복잡다단한 현대 사회는 어느 때보다 비판적 사고와 공감 능력을 요구한다. 다양한 정보가 충돌하고, 거짓 정보와 편향된 정보가 빠르게 퍼지는 사회에서는 신뢰성을 평가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동시에 타인의 삶과 감정을 이해하고, 다른 관점을 수용하며, 인간다운 판단을 내리는 능력도 중요해진다. 

그러나 AI에만 의존해 우리의 내부 배경지식을 넓히지 못한다면, 사람은 점점 사실을 분별할 힘을 잃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상상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편리함은 늘어나는데, 판단은 얕아지고, 정보는 많아지는데, 지혜는 가난해지는 역설이 생긴다. 이것은 곧 인간이 인간다움을 잃고 “AI 같은 인간”으로 바뀌어 갈 위험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읽기 역량은 단순히 글자를 읽는 기술이 아니다. 읽기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서로 다른 내용을 연결하며, 드러나지 않은 의미를 찾아내는 사고 과정이다.

특히, 생성형 AI는 그럴듯한 문장을 매우 빠르게 만들어낼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이 모두 정확하거나 윤리적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 AI는 존재하지 않는 자료를 그럴듯하게 꾸며 내기도 하고, 편향된 정보를 마치 객관적 사실인 것처럼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인간은 AI가 만들어낸 결과를 다시 읽고 검증할 수 있어야 하며, 논리의 오류를 발견하고 사실과 의견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읽기 능력은 AI 시대의 정보 생존 능력이 된다.

쓰기 역량 역시 더욱 중요해진다. 글쓰기는 단순히 문장을 예쁘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생각을 구조화하는 과정이다. 사람은 글을 쓰면서 자신이 무엇을 아는지, 무엇을 모르는지, 어떤 생각이 논리적인지, 무엇이 모순인지 점검하게 된다. 따라서, 글을 잘 쓴다는 것은 곧 생각을 명확히 할 수 있다는 뜻이다. 

AI가 글을 대신 써줄 수는 있어도,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왜 그렇게 말해야 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는 인간이 정해야 한다. 좋은 질문은 폭넓은 독서에서 나오고, 깊이 있는 글쓰기는 사고를 더 정교하게 만든다. 결국 읽고 쓰는 능력은 AI를 활용하는 능력의 바탕이 된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도 결국 읽기와 쓰기 위에 세워진다. 비판적 사고, 창의성, 복합 문제 해결 능력, 분석적 사고 같은 능력은 어느 하나도 얕은 독서와 단편적 정보 소비만으로 길러지지 않는다. 깊이 있는 독서를 하지 않으면 복잡한 문제의 구조를 이해할 수 없고, 논리적으로 글을 쓰지 못하면 자기 생각을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도 없다. 

AI는 계산과 정리에서는 탁월할 수 있지만, 인간처럼 삶의 의미를 고민하거나 윤리적 책임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래서 앞으로의 사회는 단순 지식 노동보다 인간의 해석 능력과 가치 판단 능력을 더 중요하게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특정 분야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생명공학자는 유전자 기술의 가능성뿐 아니라, 생명윤리의 문제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의사는 환자의 증상만이 아니라, 그 고통의 서사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법률가는 조문만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을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자는 지식 전달을 넘어 학생의 삶과 시대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경영학 역시 숫자와 전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간 행동과 사회 변화, 가치 판단을 함께 읽어야 진정한 전문성이 생긴다. 결국 모든 전문성은 단순 기술이 아니라, 읽고 쓰는 힘을 통해 더 깊어지고 넓어진다.

AI 시대에 문해력과 글쓰기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사고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읽기는 세상을 이해하는 힘이고, 쓰기는 자기 생각을 구조화하는 힘이다. AI가 정보를 만들어내는 시대일수록 인간은 더 깊게 읽고, 더 정확하게 쓰며,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미래 사회의 주역은 단지 AI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다. 읽고 쓰는 힘으로 AI를 비판적으로 활용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사람이다.

이제는 문해력과 글쓰기가 선택이 아니라 경쟁력이다. 기술이 강해질수록 인간은 더 깊이 읽고 더 진지하게 써야 한다. 그것이 인공지능 시대에도 인간이 끝내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이고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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